막걸리, 동동주, 삼양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만들 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유의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이전에 삼양주 만드는 방법에 대해 포스팅한 첫 번째 글에서 중구 난방으로 다룬 듯 하여 이 곳에 정리하려 한다.
유의 사항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막걸리, 동동주 등 '술'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간략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 술은 대부분 쌀, 누룩을 이용한 일종의 '발효주'이다. 쌀의 전분이 누룩의 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분해 되고 이 포도당이 누룩의 효모에 의해 다시 알콜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누룩 속의 미생물에 의해 전분, 포도당이 분해되는 과정을 거치므로 일종의 '발효'라고 볼 수 있다.
맛있는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첫 째로 쌀의 전분이 효소에 의해 잘 분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며, 둘째로 효모, 효소등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1. 전분 분해시키기
쌀의 전분이 잘 분해되기 위해서 물리적으로 쌀 속에 효소가 잘 침투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에는 고두밥을 짓거나 범벅, 죽, 떡 등을 만들어서 누룩을 섞는 것 등이 있다. 이 방법들의 공통점은 모두 쌀을 익혀서 조직을 무르게 만든 뒤에 누룩을 30분 이상 골고루 섞으므로써 전분이 잘 분해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데에 있다.
전분이 가장 잘 분해될 수 있는 조건으로는 죽, 범벅, 고두밥 순서인데 '죽'은 쌀을 완전히 분해시켜 한마디로 '뭉게놓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생물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전분을 분해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술을 여러 번 빚는 다양주의 경우에는 죽으로 밑술을 하면 덧술을 해줘야하는 시기를 짧게 가져가야 한다. 다만 죽으로 밑술을 빚을 시에는 물의 양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칫하다간 술이 맹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보자의 경우에는 범벅으로 밑술을 하고 고두밥으로 덧술을 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범벅은 물 양을 조절 하기도 쉽고 고두밥보다 미생물을 더 쉽게 배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범벅 밑술로 미생물을 충분히 많이 배양 시킨 후 덧술로 고두밥을 넣어주면 맛있는 술을 빚을 수 있게 된다.
죽, 범벅, 고두밥 상관없이 누룩과 혼합시킬 때에는 30분 이상 골고루 섞어 주어야한다. 이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 과정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술 맛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누룩의 미생물이 전분에 잘 침투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맛있는 술 만들기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2. 미생물이 좋아하는 환경 만들기
미생물은 전분을 먹이삼아 번식, 증식하고 활발히 활동하다 전분이 소멸되면 미생물의 수가 감소하는 사멸기를 맞이한다. 따라서 술을 빚을 때는 첫번째로 전분과 누룩을 섞어 먹이를 주고 두번째로 미생물이 활발히 증식할 때 고두밥 혹은 범벅등을 더 넣어주어(덧술) 일종의 먹이를 더 줌으로써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 또한 사멸기가 되기전에 술을 걸러서 술이 시어지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
미생물은 25℃의 온도를 가장 좋아한다. 어른들은 흔히 뜨끈한 아랫목에 놓아야 술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발효가 활발히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지나치게 높은 온도에서 술을 보관하면 미생물이 사멸하기 쉽고 이는 술이 시어지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만다. 25℃를 유지하기만 해도 미생물은 활발히 활동하며 이로 인해 포도당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고 술에서 부글부글 기포가 올라오는 것이다. 막걸리, 동동주의 경우 술을 빚은 후 몇일이 지난 후에 술에서 기포가 올라오고 어느정도 술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 술을 걸러 마시면 탄산 느낌이 있는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술에 관련된 효모, 효소이외의 일명 '잡균'은 맛있는 술을 만드는데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술을 빚기 전 모든 도구에 대해서 살균 혹은 세척을 철저히 해야한다. 김치, 된장을 만들었던 항아리는 항아리의 숨구멍 사이에 잡균이 번식해 있으므로 절대 술 빚는데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끓는 물에 살균이 가능한 제품은 모두 끓는 물에 살균을 해야하며 그렇지 못한 도구들은 알콜로 살균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만드는 사람 본인의 손 역시 술 만드는 동안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생물은 산소와 만나면 산패되기 쉽다. 따라서 술을 빚어 보관하는 항아리, 유리통 등은 술 양에 비해 너무 크지않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술에 비해 남는 공간이 많으면 그만큼 산소가 술에 침투 할 수 있는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자주 보관용기 뚜껑을 열지 않는 것이 좋다. 자주 열수록 산소가 침투하기 때문에 술에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정성과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만든 술은 그만큼의 보상을 준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술이 맛있을 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술이 만들어졌을 때의 그 쾌감을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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