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ol

전통주 만들기 대 실패 / 처참한 실패의 기록

실패를 경험 삼아서 더 발전할 수 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너무 시간에 쫓겨서 술을 만든 탓일까 양 조절에 실패해서 완전 망쳐 버렸다. 주말 동안에 밑술, 덧술 1차, 덧술 2차를 모두 끝내려고 미리 쌀가루를 빻아 놓은 것이 실패 원인이다.




쌀가루를 내기전에 쌀의 물을 충분히 빼줘야 쌀에 수분이 없는데 그러질 못하고 심지어 냉장고에 1주일 정도 보관을 했으니 쌀이 너무 많은 수분을 머금고 있었다. 밑술 시에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범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물 2.5L 정량의 반도 못되서 쌀이 완전 죽처럼 변해 버렸다.


사진은 쌀가루 범벅에 밑술을 부은 모습.


밑술도 그렇고 사진의 1차 덧술에서도 마찬가지로 쌀이 너무 많은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범벅이 되지 못하고 적은 양의 물만으로도 죽이 되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지 충분한 양의 주모가 나오질 않고 발효도 너무 빨리 진행되서 초산발효가 일어나려 하고 있는 중이였다.



그래도 죽이되던 밥이되던 해보려고 찹쌀을 구매하고 고두밥을 만들었다. 무려 4KG의 고두밥.. 집에서 작은 찜통에 이걸 다 만들려면 최소 5시간은 걸린다. 3시간 물에 침수시켰다가 30분 물기 빼내고 쪄내는 시간 약 2시간.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마무리하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 주모의 양이 너무 적어서 고두밥을 적시질 못하고 모두 그냥 흡수되어 버렸다. 도저히 술로 진행 될 수 없는 상태. 그대로 다 갖다 버렸다. 심정이 너무 참담해서 사진조차 남기질 못했다. 황금같은 주말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진행 한 일인데 처참히 실패했다. 재료비도 그렇고 시간, 공들인 노력이 너무 아깝다.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면서 혼자 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다. 처음에야 호기심과 재미로 버텼다지만 몇번 하다보니까 가끔씩 속으로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회의감이 들때도 사실 있다. 그만큼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 술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미루기로 했다. 내년 이맘쯤엔 나와 함께할 사람이 있다. 늘 날 응원해주는 그 사람과 함께 만들 생각이다. 오늘 일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당분간 술 만드는 걸 중단할 생각이다. 대신 그 기간 동안 많은 전통주들을 구매해서 마셔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