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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한 번 만드는 프리미엄 막걸리 / 삼해주 만들기

오늘 소개드릴 술은 삼해주(三亥酒)입니다. 삼해주의 삼은 석삼, 해는 돼지해입니다. 세 번의 돼지날 만드는 술입니다. 해일이라고 하는 것은 음력간지일의 돼지날을 뜻합니다.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 12간지 중 마지막 동물이 돼지이고 한자로 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첫날은 쥐의 날부터 12일에 한 번씩 돼지 날이 오는 것입니다. 

그 해의 첫 돼지날에 밑술을 하고 다음 돼지날 즉 12일 후 혹은 36일 후에 덧술을 하고 또 다음 돼지날 마지막 덧술을 하여 만든 술을 삼해주라고 합니다. 올해는 첫 돼지날이 2020년 2월 2일이었고 다음 돼지날은 2020년 2월 14일 그 다음은 2020년 2월 26일이었습니다. 삼해주는 술을 만든 뒤 12일 후에 덧술을 해주는 형태로 일반 상온에서는 만들기가 힘듭니다. 일반 상온에서 밑술을 만들고 12일 동안 술을 놔두면 산패되고 말 것입니다. 삼해주는 겨울철 약 10도 정도 되는 온도에서 오랫동안 발효시키는 저온장기숙성주입니다.

그 이름 자체에 술을 언제 만들지 정해놓은 술이기 때문에 일년에 딱 한 번만 만들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첫 돼지날 이외에 만든 술은 삼해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삼해주는 짧게는 36일 길게는 100일에 걸쳐 만들어지는 고급술입니다. 장기저온 발효하여 향이 굉장히 좋은 술입니다. 서울지방에서 많이 만들어지던 술이고 예로부터 고급술에 속하여 다양한 문헌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식품명인 제69호 김택상 명인이 서울 북촌에서 삼해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술은 탁주이고 명인이 만드는 술은 소주입니다. 이 곳에서는 술빚기 체험도 하고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삼해주에 들어가는 재료는 경기미 3kg, 진주곡자 누룩 120g, 밀가루 100g, 물3kg이 전부입니다.

경기미는 10kg에 3만원, 진주곡자는 1kg에 만원, 밀가루는 1kg에 천오백원 정도 합니다. 계산해보면

쌀 3kg: 10,000원 + 누룩 120g: 1200원 + 밀가루 150g: 150 = 총 11,350원 (도구 비용과 수도세는 뺐습니다.)

이 재료로 술을 만들면 원주를 3.5L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호에 맞게 물을 섞으면 5~7L의 막걸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원가에 비해 얻어내는 술의 양이 완전 혜자스럽다고 할 수 있죠 

많은 문헌들에 소개된 방법중에 저는 역주방문의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문헌은 쌀과 물의 비율이 1:1.5 또는 1:2 인반면에 역주방문은 쌀과 물의 비율이 1:1로 소개되어 실패 확률을 줄이면서 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습니다. 

1. 2020년 2월 2일 밑술

1) 멥쌀 600ml를 가루내어 20분간 쪄내어 백설기를 만든다.

멥쌀 600ml

 

2) 누룩(진주곡자) 120g과 밀가루 100g 계량, 누룩은 곱게 가루 내어 줍니다.

 

3) 잘 익은 백설기에 끓는 물 600ml를 부어 멍울 없이 잘 풀어줍니다. 그리고 25℃

 

4) 발효용기를 소독합니다. 식은 백설기를 누룩,밀가루와 잘 혼합해주고 용기에 넣고 뚜껑을 잘 닫아줍니다.

 

5) 12일 동안 12시간에 한 번씩 저어줍니다. 보관 온도는 10~15도 사입니다. 갈수록 뻑뻑했던 술이 묽어지기 시작합니다. 당화가 일어나면서 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밑술 과정은 끝났습니다.

 

2. 2020년 2월 14일 1차 덧술

1차 덧술 재료: 멥쌀 1.6L, 물2.4L 

1) 밑술 때와 마찬가지로 쌀 1.6L를 잘 가루 내어 백설기로 만들어줍니다. 물 2.4L를 끓여 익은 설기에 부어 멍울을 풀어줍니다. 그리고 25도로 식혀줍니다.

 

2) 식은 설기에 밑술을 부어 잘 혼합해주고 발효통에 넣어줍니다. 뚜껑은 잘 닫아줍니다. 보관 온도는 10~15도 사이입니다.

 

3) 1차 덧술은 3일에 한 번만 저어주었습니다. 1차 덧술부터는 술독을 너무 자주 열어주면 술이 시어질 수 있습니다. 1차 덧술하고 다음날, 술이 많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발효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1차 덧술이 끝났습니다.

 

3. 2020년 2월 26일 2차 덧술

2차 덧술 재료: 멥쌀 800ml

1) 멥쌀 고두밥을 만듭니다. 멥쌀을 잘 씻어서 6시간 이상 불려줍니다. 그 후 1시간 물기를 빼고 찜기에 올려 고두밥을 만듭니다. 고두밥은 물이 끓기 시작한 후부터 1시간 찌고 20분간 뜸을 들입니다. 넓은 쟁반에 받쳐 25도 정도로 빠르게 식혀줍니다. 부채질을 해도 되고 선풍기를 사용해도 됩니다.

 

2) 잘 식은 고두밥을 1차 덧술한 술과 섞어줍니다. 뭉친 밥알이 없도록 잘 풀어줍니다. 10~15도 사이의 온도에서 12일간 발효시킵니다. 이 때는 뚜껑을 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3) 12일 후 술 거를 시기를 판단합니다. 술덧을 저어줬을 때 기포가 활발하면 아직 발효가 진행 중이란 뜻입니다. 이 때는 일주일 정도 더 발효를 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2차 덧술 후 약 12일이 지난 시점에도 아직 기포가 발생하고 있어 2주간 발효를 더 진행시켰습니다. 그 후에 술에 아주 살짝 얇은 막이 생기는 것 같아 바로 술을 걸렀고 결과적으로는 적절한 시기에 술을 거른 것 같습니다. 맛이 좋습니다.

 

4. 채주

샤주머니를 이용해서 술을 걸러내면 더욱 편리하게 술을 걸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면 주머니를 사용했었는데 주머니 입자가 작아 술 걸르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원주는 총 3.5L가 나왔고 이 중 1L에는 500ml의 물을 섞어 막걸리를 만들었습니다. 원주에 물을 섞는 양은 기호에 따라 맛을 봐가면서 섞으면 됩니다. 이렇게 걸른 술은 냉장 숙성하면 더욱 맛이 깊어집니다. 약 100일 정도 술을 숙성시킬 생각인데 벌써 기대됩니다.

 

5. 총평

물과 술을 1:1 비율로하고 설기로 밑술을 해서인지 술이 걸쭉하게 나왔습니다. 겨울에 만들어 봄에 마시는 춘주답게 굉장히 향이 좋습니다. 모과 향이 나고 사과, 배향도 조금씩 느껴집니다. 맛은 처음에는 달고 뒤로 갈수록 약간의 요거트 맛과 과일맛이 납니다. 쓴맛은 거의 못 느꼈습니다. 안주 없이도 술이 계속 들어갑니다. 냉장 숙성해서 마시면 더욱 맛있을 것 같습니다! 

재료값으로 12000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저렴한 재료값으로도 시중의 프리미엄 막걸리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의 맛있는 술이 완성되었습니다. 삼해주는 1년에 딱 한 번만 만들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다시 도전해보려 합니다. 내년엔 2차 덧술을 찹쌀로 해서 더욱 풍미를 올려 볼 생각입니다.

** 이 포스팅에 대한 더욱 자세한 설명은 제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세요! 아래 링크를 타고 가시면 됩니다.

삼해주 만들기: https://youtu.be/u6OtO1EwhfI

 

삼양주 만들기: https://youtu.be/iHGkW_mqio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