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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만들기 실패하는 원인과 해결법

요즘 집에서 막걸리 만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반갑게 느껴집니다. 인터넷에 소개된 레시피를 보면 꽤 간단해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집에서 막걸리 만들기를 도전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생각만큼 좋지 않아서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향이 정말 좋아서 기대하고 마셨는데 너무 시어서 못 먹을 정도가 된 경우를 한 번씩은 겪습니다.

 

막걸리가 시어지거나 실패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 뽑아봤습니다.

  • 고두밥, 누룩, 물을 한 번만 넣어 만든 단양주를 만들 경우
  • 발효통, 용기 소독이 제대로 안된 경우
  • 발효통 뚜껑을 너무 자주 열어보는 경우
  • 높은 온도에서 발효시킨 경우
  • 너무 오랫동안 발효시킨 경우 (덧술 or 채주 시기 놓침)
  • 쌀이 잘 안익은 경우
  • 오래된 누룩을 사용 한 경우

그럼 맛있는 술을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략한 답변을 먼저 드리고 그 아래에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 술을 두 번 빚는 이양주 이상의 술을 만든다.
  • 발효통, 용기 소독을 철저하게 한다.
  • 발효통 뚜껑을 자주 열지 않는다.
  • 25℃ 이하의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
  • 쌀을 골고루 잘 익힌다.
  • 좋은 누룩을 사용한다.

막걸리는 발효 음료입니다. 누룩속의 효소, 효모에 의해 쌀이 분해되어 술이 되는 것입니다. 발효는 미생물에 의해 이루어지는 과정이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미생물이 잘 살수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술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아야 맛있는 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원리를 알면 단양주로도 맛있는 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 참조)

 

술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 드리면 누룩의 효소가 쌀의 전분을 분해시켜 포도당과 물이 만들어집니다. 그 포도당을 누룩속의 효모가 먹고 개체수를 늘리거나 (주위에 산소가 많으면), 알코올과 CO2를 만들어 냅니다(주위에 산소가 없으면).

 

첫째로 쌀이 잘 익어야 효소가 이 쌀을 잘 분해해서 수월하게 당분으로 만들어냅니다. 우리도 덜 익은 쌀 보다 잘 익은 쌀이 더 소화가 잘 되듯이 말이죠.

 

둘째로 이렇게 만들어진 당을 먹고 효모가 잘 증식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셋째로 잘 증식된 효모가 이제는 당을 먹고 알코올을 잘 만들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효모가 많을 수록 알코올이 잘 만들어져 안정적인 술 빚기가 가능해집니다.

 

술 속에 알코올이 많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효모만 많으면 무한정 알콜이 생성 될까요?

효모는 미생물입니다. 작지만 생물입니다. 생물이 알콜 속에 빠져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너무 많은 알콜이 주변에 있으면 효모는 사멸하고 맙니다. 알코올이 20도 이상 넘어가게 되면 효모는 자기가 만든 알콜에 자기가 죽는 셈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알코올이 20도 이상 넘어가게 되면 효모의 개체수는 줄어들고 더 이상 알콜 발효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효모는 미생물이지만 효소는 물질입니다. 효소는 생명이 아닌 물질입니다. 따라서 알코올 농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도 효소는 계속 술 속에 존재하는 것이죠. 이렇게 남아있는 효소는 전분을 계속 분해하여 당으로 만들어 냅니다. 이 때, 높은 알코올 농도 때문에 효모는 더 이상 살아 있지 못하므로 당은 분해되지 않은채로 그대로 당으로 남게 됩니다. 이를 우리는 '잔당'이라고 부르고 이 잔당이 술에 단 맛을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맛있는 술을 만드려면 효모를 많이 만들어서 빠르게 알콜 도수를 높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효모를 많이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거꾸로 생각하면 됩니다. 효모가 많으려면 당분이 필요합니다. 당분이 많으려면 전분이 잘 분해되어야 합니다. 전분이 잘 분해되려면 고두밥, 일반 밥 형태보다 죽, 범벅, 설기떡 같은 쌀을 가루내어 익히는 방법이 유리합니다.

 

1. 쌀을 가루내어 죽이나 범벅 또는 떡 등을 만들어서 누룩, 물과 섞어 두면 효소가 전분을 빠른 속도로 당으로 분해합니다. 이렇께 잘 분해된 당을 먹고 효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밑술)

2. 여기에 다시 죽, 범벅, 떡 등을 넣으면 더 많은 당분이 분해되고 효모는 다시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게 됩니다. (덧술1)

3. 이렇게 잔뜩 늘어난 효모에 고두밥을 투입하면 빠른 시간에 알콜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덧술2)

 

이런 과정을 거친 술이 '삼양주'입니다. 이양주는 여기서 2번 과정을 뺀 술입니다. 단양주는 고두밥, 누룩, 물을 섞기 때문에 효소가 고두밥을 분해하기 힘듦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제대로 당분이 생성되지 못하고 젖산균이 많아져서 술이 시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또 초보분들이 하시는 실수 중 하나는 자꾸 발효통 뚜껑을 열어본다는 것입니다.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효모는 산소가 있으면 증식을 하고 산소가 없으면 알코올 발효를 일으킵니다. 밑술과 덧술1 과정에서는 효모의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여 하루에 한 번 정도 저어주는 것은 괜찮지만 덧술2 단계에서는 빠르게 알코올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변에 산소를 차단하여 빨리 효모가 알코올 발효를 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뚜껑을 계속 열어보니 산소가 계속 유입되어 효모가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지 못하고 증식만 하다가 술이 시어지게 되는 겁니다.

 

술덧이 25도 이하, 근처의 온도에서는 알코올 발효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온도가 30도 이상 올라가는 조건에서는 초산 발효가 일어나 술이 식초처럼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온도를 적절하게 잘 유지시켜야 합니다.

 

아래 사진은 삼양주 만드는 과정 중에 덧술1을 하고 난 뒤 하루가 지난 모습입니다. 효모가 많아 알콜 발효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 끓고 있는 술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술이 끓고 있는 사진

이상으로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간략하지만 중요한 내용만 골라서 말씀드렸습니다. 아래 영상은 제가 삼양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여 올린 영상입니다. 집에서 술 만드는 것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참고해서 맛있는 술 만드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