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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청주야 약주야? / 청주와 약주의 차이

쉬운 설명은 아래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세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청주는 무엇일까? 정종과 청주는 다른 걸까? 그렇다면 사케와 청주, 정종은 무슨 차이일까? 약주는 약이 들어간 술이 약주인가? 술에 관한 용어 중 일반 사람들을 가장 혼돈시키는 개념이 청주와 약주가 아닐까 생각한다. 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우리 주세법에 나와있는 개념 자체가 제대로 적립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세법을 들여다 보자. 주세법상 약주는 "녹말이 포함된 재료(발아시킨 곡류는 제외한다)와 국 및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여 제성 한 것"이라고 되어있다. 청주는 "곡류 중 쌀(찹쌀을 포함한다) 국 및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여 제성 한 것 또는 그 발효, 제성 과정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료를 첨가한 것"이라고 되어있다. 세부 사항은 아래 더보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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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법」상 약주의 세부내용(법 제4조제2항 관련 [별표])

 

나. 약주
1) 녹말이 포함된 재료(발아시킨 곡류는 제외한다)와 국 및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여 제성 한 것
2) 1)에 따른 주류의 원료에 당분을 첨가하여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여 제성한 것
3) 1) 또는 2)에 따른 주류의 원료에 과실·채소류를 첨가하여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여 제성 한 것
4) 1)부터 3)까지의 규정에 따른 주류의 발효·제성 과정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료를 첨가 한 것
5) 1)부터 4)까지의 규정에 따른 주류의 발효·제성 과정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류를 혼합
하여 제성 한 것으로서 알코올분 도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도수 범위 내인 것

 

「주세법」상 청주의 세부내용(법 제4조 제2항 관련 [별표])

 

다. 청주
1) 곡류 중 쌀(찹쌀을 포함한다), 국(麴) 및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여 제성 한 것 또는 그 발효·제성 과정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료를 첨가한 것
2) 1)에 따른 주류의 발효·제성과정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류 또는 재료를 혼합하거나 첨가하여 여과하여 제성 한 것으로서 알코올분 도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도수 범위 내인 것

 

 

*내용이 복잡해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 해주세요.

  • 약주: 쌀이나 감자, 고구마 등으로 만든 누룩 1% 이상을 사용한 술 (약재가 들어가서 약주가 아님)
  • 청주: 쌀로만 만든 누룩 1% 미만을 사용한 술, 입국이 주 발효제 (사케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입국은 누룩에서 제외) 
  • 사케는 정종과 같은 말이고 청주에 속함
  • 누룩을 사용해서 만든 우리 술은 아무리 술이 맑고 투명해도 약주에 속함
  • 많은 사람들이 제사에 사용하는 백화수복은 전통방식이 아님 사케에 가까운 술, 일본식 술을 명절 차례상에 올리는 현실

쉽게 풀이하자면 약주는 쌀, 감자, 고구마 등 녹말이 포함된 재료에 누룩, 입국, 종국과 같은 발효제와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을 걸러서  도수를 맞추기 위해 물을 첨가한 술이라고 볼 수 있다. 막걸리든 청주든 발효가 끝난 술덧의 알코올 농도는 약 15~20% 정도가 되기 때문에 물을 넣어 소비자가 원하는 도수를 맞추는 과정을 제성이라고 한다. 물론 약주에도 대통령령이 정하는 재료를 첨가할 수 있다.

 

청주는 쌀만을 이용해야 하며 누룩, 입국, 종국과 같은 발효제와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을 제성 하고 제성 과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료를 첨가한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료들에는 아스파탐, 스테비올배당체, 젖산, 주석산, 구연산, 아미노산류, 식물, 수크랄로스, 토마틴, 아세설팜칼륨,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당분(설탕, 포도당, 과당, 엿류, 당시럽류, 올리고당류, 꿀)이 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주세법상 약주와 청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누룩의 사용량에 있다. 청주와 약주가 유사하기 때문에 이를 구별하기 위해서 쌀, 찹쌀로만 술을 만들 경우 누룩을 1% 이상 사용하면 약주, 누룩을 1% 미만 사용하면 청주가 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고문헌에 내려오기로 맑은 술은 '청주'라 하고 탁한 술은 '탁주'라 하였으며 청주를 떠내고 남은 지게미에 물을 타 먹는 것을 '막걸리'라 하였다. 청주는 보통 맑을 청 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청주라 하면 맑은 술의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약주는 뭔가 약재를 첨가하여 건강에 도움을 주는 술을 떠올리게 된다. 산삼주, 복분자주, 당귀주 같은 술 말이다. 

 

문제는 현재 주세법상에 따르면 누룩을 사용하는 우리 전통 방식을 따라 만든 술은 그 어떠한 약재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약주'가 되고 일본식 입국을 사용하여 만든 술은 '청주'가 된다. 보통 전통 방식으로 술을 만들려면 누룩이 최소 3% 이상은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누룩을 전체 쌀 양의 1% 미만으로만 사용하여 우리 전통의 술을 만들기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한다. 일본식 입국은 누룩에서 제외된다. 입국은 누룩에 비해 발효 힘이 적으므로 술에 보통 40~50% 정도 들어간다. 굉장히 아이러니 한 이야기다. 일본 방식으로 만든 술은 우리의 옛 고문헌에도 자주 등장하는 우리 전통의 '청주'라는 이름을 갖고 완전한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술은 비록 그 어떠한 약재가 들어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약주'가 된다. 

 

최근 우리 술에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부분을 개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조금씩 재기되고 있다. 일본식 술은 세계적으로도 통용되는 '사케'라는 이름으로 분류를 따로 만들고 우리 전통 방식으로 빚은 맑은 술은 '청주'로 명명하고 약재를 첨가한 술을 '약주'로 분류하자는 의견이다. 지금의 주세법상 분류보다 더 직관적이며 논리적인 분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글로 장황하게 설명하였는데 마침 집에 이 주제에 대한 완벽한 예시가 있어 이 글에 소개한다. 지금 필자의 집 냉장고에는 경주법주와 백화수복이 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알아챘을 것이다. 경주법주는 주세법상 '약주'고 백화수복은 주세법상 '청주'다. 

 

경주법주와 백화수복

 

경주법주

경주법주부터 살펴보자. 경주법주는 경주 지방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술 만드는 법에 따라 만들었다 하여 '법주'다. 이름에서 전통의 향기가 가득하며 묵묵하게 지나온 세월이 느껴진다. 식품유형을 보면 살균 약주라고 되어있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살균을 하여 앞에 살균이 붙은 것이다. 원재료를 보면 쌀과 누룩이 보이고 위에서 언급한 대통령령에 정한 첨가물들이 들어있다. 엄밀히 따지면 효소제와 효모, 국을 사용했으므로 100% 전통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제품질은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효소제와 효모 같은 발효제가 필요하다. 때문에 100% 전통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여하튼 우리 전통 발효제인 누룩을 1% 이상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 전통의 이름을 가진 법주가 약주로 분류되는 것이다.

 

 

 

백화수복

백화수복의 식품유형은 청주다. 쌀을 사용했으며 주정과 감미료 등이 들어갔고 효모와 종국이 보인다. 여기서 주정이라 함은 쉽게 풀어 전분 또는 당류를 이용하여 술을 만들어 증류하여 얻은 에탄올이라고 보면 된다. 주정은 보통 에탄올을 95% 이상 함유하고 있다. 이 주정을 물에 타서 만든 것이 희석식 소주로 우리가 흔히 마시는 참이슬, 처음처럼과 같은 소주다. 종국은 전통 누룩과는 다르게 술을 발효시키는 균만 따로 배양한 것인데 이는 일본에서 개발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내 글의 취지는 일본의 방식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 술인 '청주'를 일본식 주류제조 방식으로 만든 술에 사용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정종은 사케의 우리나라식 한자 표기라고 전해진다. 즉 정종은 곧 사케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고유 명절인 설이 다가오고 있다. 설에 차례를 지낼 때 보통 정종을 많이 올린다. 흔히들 차례상에 올리는 술이라 하면 정종을 생각한다. 우리가 일제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민족 고유의 명절에 조상님께 올리는 술이 우리 전통 방식의 술인 줄 알았건만 사실은 일본 술이라는 것이 말이다. 법적인 용어를 다시 정비하여 대중들에게 조금 더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경주법주가 '청주'가 되고 백화수복이 '사케'가 되어 조금씩 시간이 쌓여 간다면 사람들이 과연 차례상에 '사케 백화수복'을 올릴까? 전통은 결코 고루하거나 캐캐묵은 것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위스키도 전통을 잘 이어나가려는 노력에 힘입어 고유의 브랜드가 되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이다. 우리도 제도부터 제대로 정비하여 우리 문화를 체계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법과 제도는 아주 늦더라도 결국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의 상식을 반영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다가오는 명절에 올리는 차례상 혹은 사랑하는 분의 제사상에 이제는 더 이상 정종을 올리지 말고 우리의 술인 '약주(곧 청주가 되길 바라는)'를 올리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