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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역 맛집 - 최고의 통삼겹 화포식당

지친 한 주를 마무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도톰한 삼겹살에 고추냉이 살짝 올려 수북한 밥 위에 올려 먹는 것이다. 고소하고 알싸하면서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족함이 고된 하루를 위로해 주는 듯하다. 고기 생각이 나면 찾는 식당이 있다. 노원역의 화포 식당이다. 

 

금요일, 주말만 되면 금새 자리가 꽉 찬다. 저번 주 금요일에는 컨디션이 안 좋아 반차를 쓰고 아내와 두둑하게 고기로 원기 보충할 겸 방문했다. 오후 6시쯤 가니 대기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메뉴는 통삼겹 2인분으로 시작했다. 1인분에 1만 5천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도 맛있고 종업원 분께서 구워주셔서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기본 세팅

기본 세팅은 해물탕, 백김치, 짱아치, 파절임, 명이나물, 파김치, 각종 양념이 있다. 개인적으로 고추냉이와 백김치를 제일 좋아한다. 고추냉이와 삼겹살, 흰 쌀 밥의 조화는 내 입에 찾아오는 평화 사절단이다. 그 순간만은 잠시 근심을 잊고 풍요로움을 느낀다. 맛도 그렇지만 그 음식에 담긴 이야기, 추억, 느낌이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 같다.

 

 

기본 제공되는 양념들. 와사비를 제일 좋아한다.
아내 말로는 이렇게 명이 나물을 수북히 주는 집은 못봤다고 한다.

이 집의 고기 굽는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불판을 예열하는데 종업원들이 적외선 온도기로 불판 온도를 확인해서 200도가 되면 굽기 시작한다. 창업자가 연구한 나름의 고기 맛이 좋은 온도인가 보다. 역시 고기는 센 불에 익혀야 고기를 이른바 ‘겉바속촉’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고기를 구워주는 시스템의 최대 단점은 고기를 굽는 동안 테이블에 맴도는 어색한 침묵이다. 다들 고기만 쳐다보는, 고기와 내가 하나가 되는 육아일체가 일어난다. 그 점을 알아서 일까, 화포 식당 종업원들은 고기를 올려놓고 잠시 자리를 비켜준다. 고기가 익을 때쯤에 어떻게 알았는지 부르지 않아도 오셔서 고기를 다듬어 주신다. 

 

두툼한 고기가 맛있게 익어간다.
고기 구워주시는 여사님들의 스킬. 이렇게 올려 놓고 잠시 자리를 비켜주신다.ㅇ

 

다 익은 고기는 ‘쉼터’로 옮겨간다. 이 곳에서 내 입에 들어오기 전까지 잠시 몸을 데운다.

기본적인 고기 맛도 좋지만 이 곳에선 다양한 조합으로 고기를 즐길 수 있다. 앞서 말한 와사비와 흰쌀밥의 조화는 말할 것도 없고 백김치와 삼겹살의 조화는 영원한 스테디셀러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중학교 시절에 잠시 고깃집을 하셨는데 손님들이 백김치를 많이 찾았던 기억이 난다. 몇 년 전엔가부터 급부상한 명이나물도 있고 고기와 궁합이 좋은 젓갈도 있다. 갈치 젓갈을 고기판에 끓여서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와 비슷한 맛이 난다. 

 

어쩌면 단순한 동네 고깃집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생각하면 마음이 따듯해진다. 풍족한 고기 맛 때문인지, 함께하는 사람이 좋아서 그런지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여기서 마친 식사는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내게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딱 이 말이 생각난다. ‘돈 벌어서 뭐하나 맛난 거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