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광화문 촛불집회, 박근혜 퇴진 집회. 그날의 기억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였다. 자격 미달의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한 시민들의 외침. 박근혜는 하야하라. 국민들은 새로운 세상을 원하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 국가 기밀, 정경 유착, 갑질, 인사 개입이 없는 세상.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 기회. 최악의 국정 농단 사건이 역설적으로 새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다시 민주주의. 다시 민주주의. 다시 민주주의.


그 날의 기록을 잠시 적어보려 한다. 왼쪽 어깨에 있던 석회성건염, 이 증상이 나아가는 과정에서 석회가 근육에 침투되면서 상당한 통증이 수반되었다. 병원 치료를 해서 조금 호전되긴 했으나 아픈 어깨를 부여 잡고 시청으로 향했다. 왼손엔 아무것도 없이. 오른손 어깨엔 카메라를 걸고 손으론 추울 때를 대비해 챙긴 파카를 들고 꾸역꾸역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시청으로 향했다.


서울 시청 광장에서는 민주노총 집회가 있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노동자 집회가 있었고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민중총궐기 행사가 있었다.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청와대 행진이 있었고 행진 미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에 집결했다. 난 2시 30분에 시청에 도착해 노동조합 집회에 참석했다. 그 후 광화문으로 행진하여 남은 일정을 보냈다. 


인파가 너무 많아서 휩쓸리다 보니 광화문 광장으로 오게되었다. 물론 노동조합 집회에 참여한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2시부터 광화문에 자리를 잡았으면 무대를 더 가까이서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파에 밀리고 밀려 겨우 자리를 잡은 KT 본사 앞에서는 나무에 가려 무대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귀는 쫑긋 열고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시청 광장에서 박근혜 하야 손 피켓을 나눠주는 어린 소녀. 무엇이 이 소녀를 차가운 길 거리에 나오게 했는가. 무능하고 어리석은 어른들 때문에 아무것도 몰라야할 천진한 아이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 듣고 보고 참여해서 배우게 될 것이다. 유례 없는 대규모 평화시위라는 역사의 한 순간에 자신이 함께 했다는 것도 큰 자부심으로 느껴질 것이다. 박경득 분회장이 어느날 한 이 말이 생각난다. '아이들 서울대 보내는거 다른 방법 있는거 아닙니다. 함께 나오세요. 나와서 보여주세요.'






THAAD 배치가 진정 한반도의 평화가 아닌 최순실 개인의 뒷 돈 챙기기 수단이라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성주에서 상경한 어제의 농부가 지금은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진실이라는 증거도 없고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 이미 우린 불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이 정부를 못 믿는다. 나라에서 뭔가를 한다고 하면 일단 의심부터 든다. 또 누군가 해처먹으려고 하는구나 라고. THAAD 배치에 대해서는 정부의 안일한 조치가 한 몫했다. 도입 과정에서 아무런 국민적 협의 없이 무조건 밀어부치면 될 줄 알았나보다. 식물 정부가 된 이 시점에서 THAAD 배치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분노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진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요 근래 나의 마음을 가장 움직였던 한 마디. 손석희 앵커의 그 한 마디. 다시 민주주의. 


우리는 원래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지 않았나. 왜 다시 민주주의 일까.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일까. 민주주의 국민이 주인인 나라. 최순실 한 사람과 그의 부역자, 언론, 대기업의 입맛에 움직이는 나라 대한민국. 모두들 어렴 풋이는 알고 있었으리라,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었다는 것을.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골적으로 들어났다. 그들은 진정으로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지금 촛불이 꺼지지 않게, 민주주의가 꺼지지 않게 지켜내야 한다. 다시 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