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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 Pentax P50으로 바라 본 세상


첫 롤이다. 아버지가 86년도에 구입하신 Pentax P50. 몇 번 사용하시다 장롱 속에 잠들어 있던 녀석을 30년이 지나 내가 꺼내 들었다. 잘 되는가 싶더니 너무 오랜 세월 일을 쉬어서 일까. 셔터가 잘 안되서 종로에 수리를 맡기고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필름을 넣고 셔터를 눌렀다.


수동 필름 카메라의 매력은 셔터를 누르고 직접 레버를 이용해서 필름을 넘겨주는 것. 드르륵 넘어가는 그 손 맛은 정말 짜릿하다. 또 바로 사진을 확인 할 수 없어서 어떤 사진이 나올지 몰라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 한 번에 많은 필름을 맡기면 더 저렴하게 현상 할 수 있지만 첫 작품이 너무 궁금해 이내 참지 못하고 현상과 스캔을 맡겼다.


보정동 카페거리의 한 갤러리. 우산을 들고가는 유나의 모습. 너무 귀엽다.


야간에 잘 나올지 걱정했는데 생각 보다 분위기 있게 잘 나왔다. 물론 부족한 광량으로 인해 간판이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되려 갤러리 내부에 더 시선이 집중되서 마음에 든다.



보정동 카페거리


사진을 잘 보면 근거리는 초점이 맞고 먼 곳은 초점이 잘 안맞는다. 이 카메라 렌즈는 조리개 값이 f1.4로 꽤 큰 조리개값을 갖는다. 광량이 부족해서 조리개를 최대로 열고 찍었더니 심도가 낮아진 사진이다. 그래도 나름 마음에 든다. 수동 카메라로 찍고 결과물을 보는 일은 마치 중고 장터를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그저 그런 물건들 사이에서 내 마음에 쏙드는 물건을 찾을 떄의 즐거움. 초점이 흐리고, 흔들린 사진들도 많지만 그 사이에서 정말 잘나온 몇 장의 사진을 발견하는 재미는 다시 한 번 필름 카메라를 들게한다.



보정동 카레클린트


보정동 카페거리에서 나와 유나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 카레클린트. 지하에는 가구 매장이 있고 그 브랜드의 가구들이 카페의 테이블과 의자로 이용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 토요일 저녁에는 재즈 공연을 한다. 분위기 좋은 조명 아래서 커피 한 잔을 하며 라이브 재즈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늘 이곳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셔터를 누르고 철커덩 소리를 듣고 드르륵 필름 레버를 돌리는 느낌이 너무 좋다. 여유있는 주말 까지 참지 못하고 결국 평일 퇴근 후 밤에 동네를 어슬렁 거렸다.


동네 골목길 한 주택의 화단



초점이 안맞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생각보다 결과물이 마음에 든다. 특히 야간 사진이 흔들림 없이 꽤 잘나왔다. 주로 인물 사진이 많아서 이 곳에 다 올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결과물을 보고나니 앞으로 더 필름 카메라를 많이 들고 다닐 것 같다. 찍을 때의 손맛과 약간은 흐릿한 그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