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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하와이 여행기

아내와 처형, 형님과 함께 장모님, 장인어른을 모시고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다. 나까지 총 6명의 사람이 4박 5일 동안 알찬 여행을 즐겼다. 오하우 섬을 여행했고 렌터카를 빌려 하와이 곳곳을 누볐다. 즐길거리가 많았지만 무엇보다 하와이의 자연에 감탄했다. ATV를 타고 누볐던 쿠알루아랜치의 쥬라기공원 촬영장 풍경은 단연 압권이었다. ATV 운전에 서투를까 노심초사 하시던 장모님도 무사히 투어를 마치셨다. 푸른 바다와 야자수가 이루는 Tropical한 분위기는 아내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Air bnb를 이용하니 하루 일정을 마치고 온 가족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맥주 한 잔하며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많은 사진과 영상을 남겼지만 글로서 차분히 정리하고 싶었다. 짧은 일정이지만 내가 느낀 소감을 부족한 글로 정리하였다.



1. 하와이 사람


LIVE LOVE ALOHA!  ALOHA는 하와이에서 인사말로 많이 쓰이지만 이 말에는 하와이 사람들의 정신이 담겨있다. ALOHA는 사랑, 연민, 평화, 애정 그리고 자비의 의미가 담긴 말로 하와이 사람들은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고 다른 이에게 배푸는 것을 큰 미덕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5일간의 짧은 여행으로는 ALOHA 정신이 무엇인지 완전하게 느끼진 못했지만 그 윤곽은 어렴풋 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화'라는 단어가 도시에 적절하게 녹아있다. 하와이는 원주민, 동양인, 백인, 흑인 비율이이 과반을 넘지 않게 섞여있다고 한다. 인종차별이 없기로 유명하고 실제로 여행하면서 차별을 경험한 적은 없다. 피부색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친절하며 먼저 다가온다. 파인애플 농장에서 아내와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외국인이 자신이 SOJU BOY(소주 보이)라며 K-POP을 좋아한다고 말을 걸어 왔다. 그냥 보내기 아쉬워 몇 마디 말을 섞은 뒤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나는 여행 동안 짐벌(Gimbal)을 들고 다니면서 영상을 찍었다. 의도하지 않게 지나가던 사람이 카메라에 찍힐 때도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SHAKA(ALOHA를 상징하는 하와이 손인사) 손모양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등, 대부분 마음에 여유가 있고 친절하다. 


SHAKA 얘기가 나온김에 잠시 SHAKA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자면 이렇다. 이 제스쳐는 Hamana Kalili라는 사람이 1900년대 초 설탕 공장에서 일하면서 처음 생겼다고 한다. Kalili의 손이 불행하게도 사탕수수 압착기에 빨려들어가 검지와 중지, 약지가 모두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농장 주인은 이 사고 후 Kalili에게 선셋 비치와 카와와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의 보안 요원 자리를 맡겼다. 장난기 많은 아이들이 열차에 뛰어 오르려 할 때 Kalili가 안전을 위해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면서 아이들을 저지하곤 했다. 아이들은 오른손 손가락 두개 만으로 손을 흔드는 그의 손 모양을 따라했다. 그 손모양을 따라 Kalili가 주변에 없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열차에 뛰어 올라도 좋다는 제스쳐로 사용했다고 한다. 현재는 '좋아' '잘하고 있어' 등의 의미로도 사용하고 사진을 찍거나 인사를 할 때도 많이들 이 제스쳐를 취한다.



2. 하와이 자연


호놀룰루 주변을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유난히 한 종류의 나무를 많이 보게 된다. 바로 Monkeypod tree라는 나무다. 우리나라 기업 '유한양행'의 로고 나무와 상당히 흡사하게 생겼다. 시내 곳곳에도 있고 외곽으로 벗어난 지역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Monkeypod tree는 하와이 고유 식물은 아니고 2차세계대전 당시에 미군이 심었다고 한다. 당시 하와이에는 나무가 너무 없어 은폐,엄폐에 불리하여 상대국의 폭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곤 했다고 한다. 이를 피하고자 넓게 자라는 이 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다고 한다. 


외곽지역 도로에는 비둘기 같은 새들이 도로위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새들도 우리나라 비둘기 처럼 인간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 걸 아는지 달리는 차가 자신의 근처까지 가도 날아갈 생각을 않는다. 단지 빠른 종종 걸음으로 피할 뿐이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차를 날지도 않고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과 차의 간격을 계산하는 능력이 경험에 의해 발전했음이 분명하다. 두둑한 배짱과 재빠른 동작에 어이없는 허탈한 웃음을 여러번 지었다.


내가 하와이에서 가장 좋았했던 두가지는 '하늘'과 '꽃내음'이다. 하늘색이 어찌나 파랗던지 땅과 하늘의 경계가 상당히 뚜렸했다. 하늘 아래 놓인 산이 하늘을 배경을 그려 놓은 그림 같아서 비현실적으로 느끼졌다. 여행 내내 '하늘이 어떻게 이렇게 파랗지'라는 말을 달고 다녔던 것 같다. 숙소는 Northshore, 할레이와에 위치한 한 방갈로에 Airbnb를 이용하여 묵었다. 해변가를 끼고 올라가는 멋진 언덕 동네에 위치한 집이다. 언덕을 올라가는 차 창문을 여는 순간 꽃 내음이 바닷 바람을 타고 불어왔다. 내가 살면서 그토록 자연 그대로의 꽃 향기를 맡아 본적이 있던가? 아마 없을 것이다. 라일락 꽃 향기 같기도 하면서 부드럽고 차분한 향기로 기억한다. 여행 첫 날 맡은 그 꽃 향기는 낯선 이국을 방문한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 충분했다. 아침에 일어나 잠시 동네를 산책하면 어김없이 날 반기던 그 꽃 향기를 잊지 못 할 것이다. 사람이란 어쩌면 그런 자연에서 살아야 함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그 꽃 향기를 그리워 하며 이 글을 쓴다.


<하와이 하늘>



하와이하면 해변을 뺴 놓을 수 없다. Waikiki도 물론 좋지만 Waimea bay beach에 더 좋은 점수를 쳐주고 싶다. 에메랄드 빛 물 색과 이국적인 주변 풍경, 사람이 얼마 없는 한적함이 좋다. 이 해변에는 서양 관광객, 특히 젊은 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절벽이 있다. 이들은 약 10m정도 높이의 이 절벽에서 다이빙을 즐기곤 한다. 물론 즐기는 건지 올라갔다가 어쩔 수 없이 뛰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챙피한 이야기지만 나도 패기롭게 다이빙에 도전 했다가 막상 올라가니 도저히 뛸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내려오는 길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뛰었겠지만 내려가는 길이 눈에 아른거려서 점프는 포기하고 걸어 내려 왔다.


<Waimea bay의 절벽>


내 기준으로 하와이에 왔다면 꼭 가봐야할 곳은 China walls라는 곳이다. 하와이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절벽이다. 발 아래 바로 바다가 위치하는데 바닷물과의 높이는 약 3m 정도로 높진 않다. 이 곳이 흥미로운 이유는 파도 방향에 있다. 바다를 바라 보고 있다고 치면 일반적인 것 처럼 파도가 나를 향해 다가 오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나아간다. 파도가 절벽을 타고 옆으로 나아가면서 절벽을 깎는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절벽 표면이 맨질맨질 하고 대패로 민 것 처럼 대체로 일정하게 깎여있다. 꽤나 거칠고 큰 파도가 절벽을 타고 가다가 돌출된 바위에 맞고 부서지는 장면이 장관이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사람에게 있다. 서양 젊은 이들은 절벽 아래로 뛰어들어 거친 파도를 타며 레저를 즐긴다. 나로서는 누가 나에게 돈을 준다고 해도 안 할 일이다. 옆으로 치는 파도를 즐기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3. 하와이 먹거리


하와이하면 역시 해산물이다. 그 중에서도 참치가 으뜸으로 전세계로 수출하는 대표적인 참치 수확지다. 다양한 참치 요리가 있지만 '포케'가 내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 포케는 생 참치를 깍두 썰기하여 절인 양파와 야채 등을 각종 소스에 버무려 밥과 함께 먹거나 샐러드로 즐기는 음식이다. 대부분의 하와이 식당에는 이 포케가 있는 것 같다. 하와이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을 꼽으라면 랍스터, 대게 요리가 생각난다. 호놀룰루 시내에 있는 Kickin Kajun에서 새우, 랍스타, 대게, 감자, 옥수수 등을 쪄서 오일과 함께 나오는 대표 메뉴를 먹었다. 통통하고 꽉찬 게살을 오일에 찍어 먹는 그 맛이 일품이다. 서로에게 맛있는 게 살을 발라주다 보면 연인, 가족간의 애정이 돈독해진다. 이 식당은 BYOB(Bring Your Own Booze) 식당으로 술을 마실 예정이라면 자신이 마실 술을 준비해 가야 한다. 하와이는 술 판매 허가가 까다로워 대부분의 식당이 술을 팔진 않지만 BYOB는 허용한다고 한다. 내겐 축복스럽게도 하와이에는 지역 맥주가 있어 다양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하와이 맥주 회사 코나 브루잉 컴퍼니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6종류의 맥주 중 3종류를 마셔봤다. 나와 장인어른 입맛에는 LONG BOARD라는 맥주가 제일 잘 맞았다. 다른 맥주들은 과일 향이 첨가되어 있어서 깔끔하고 묵직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은 LONG BOARD가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