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 LEE
Photography

성남에 20년을 넘게 살면서 남한산성을 수 없이 드나들었다. 어릴적만해도 계곡에 물이 콸콸 흐르고 남문에 입장하기 위해선 매표소에서 표를 사야했다. 지금은 아쉽게도 넘쳐 흐르던 계곡 물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렇지만 매표소는 사라졌고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니 최근들어 그 인기가 상당하다.


요즘엔 체력 관리 차원에서 매주 일요일 마다 등산을 하려고 노력하고있다. 입구에서 남문을 지나 성곽을 따라 수어장대에서 서문, 북문을 지나 행궁 앞 버스 종점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온다. 늘 이 코스만 지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져서 다른 코스는 가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CNN에서 남한산성을 소개한 사진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CNN에서 소개한 남한산성 사진



완전히 처음보는 경관이다. 남한산성에 아름다운 곳이 많긴 하지만 이 정도 웅장함이 느껴질 만한 곳이 있었나 싶었다. 나름 성남에선 방귀 좀 뀐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처음보는 장소였다. 사진에 소개된 이 곳은 바로 '연주봉옹성'

실제로 방문해서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싶어서 일요일인 오늘 바로 출발했다.


가는 길은 험하거나 복잡하지않다. 산 입구에서 남문까지 오른 뒤 남문에서 좌측으로 길을 따라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어서 서문으로 간다. 서문에서 우측으로는 잘 닦인 포장 길이 있고 좌측에는 언덕진 성곽길이있다. 이 성곽길을 따라 가야하는데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발 걸음은 가벼운데 좀 처럼 눈이 떨어지질 않는다. 서문은 야경 포인트로도 유명할 만큼 서울 시내가 한 눈에 펼쳐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서문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먼지 한 점 없이 하늘이 탁 트인 날에는 남산 타워까지 보인다.



성곽 길을 따라 조금만 더 가다 보면 암문이 나온다. 한자 뜻 대로 잘 안보이게 숨겨둔 문인데 연주봉옹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제5암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제5암문 표지판. 실제로는 이렇게 어둡지 않다. 사진이 잘 못 찍힌건데 그냥 그대로도 좋아보여서.



제5암문. 높이는 보통 성인 남자 키 정도 된다.


연주봉옹성. 저 끝에 빨리 오르고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암문을 지나 드디어 마주한 연주봉옹성. 청명한 가을 하늘과 위로 솟은 옹성 정상이 잘 어울렸다. 성곽이 다른 것들에 비해 상당히 깨끗해 보였다. 알고보니 복원 공사를 마친지 얼마 안됐다고 한다. 빨리 올라가 보고 싶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옹성 꼭대기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


사진 실력이 부족해서 옹성 정상에서의 절경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 때 시간이 오후 4시쯤 되는 터라 역광이 있어 파노라마 샷을 찍기가 어려웠다. 다음엔 정오 쯔음에 방문해서 다시 카메라에 담아봐야겠다.



연주봉옹성 정상에서 바라 본 남한산성의 모습은 실로 장관이였다. 나도 CNN 기자처럼 같은 각도로 찍어보려 했는데 아무리 시도해도 각이 안나오더라. 기자는 망원렌즈를 썼을테고 사진을 잘 보면 사진의 각도가 성곽 위에 올라가서 찍은 것 처럼 보인다. 기껏 힘들게 복원해 놓은 성곽위에 올라가고 싶지도 않고 위험하기도 해서 이 정도로 만족하고 내려왔다.


멋진 사진의 장소를 찾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설렌 일인지 오랜만에 느꼈다. 산을 오르는 내내 평소와는 다르게 어릴 적 소풍 전날의 마음마냥 발걸음이 조급했다. 옹성에 거의 다달았을 때 왜이리 입가에 미소가 번지던지. 산에 오르면 괜시리 마음이 순수해 지는 것 같다. 조만간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다시 방문해서 멋진 파노라마 샷 한번 찍고 와야겠다. 겨울에 눈 덮힌 설경을 보러 가는 것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