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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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만나면 안 된다.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 중에 하나다. 연수를 다녀온 지 5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면서 지키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은 내가 좋던 싫던 만나서 교류하게 되어있다. 나는 토론토와 밴쿠버에서 어학연수를 했는데, 이런 대도시라면 우리나라 사람을 만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제목을 한인(韓人)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썼다. 솔직히 말하자면 완전히 한인을 피하는 방법을 나는 모른다. 하지만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했다. 한국 사람이 없던 무역 학원에 다닐 때는 4개월 동안 여자 친구 또는 가족과의 통화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우리말을 쓰지 않았다. 아, 제외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무언가에 깜짝 놀라서 욕이 나올 때는 아무리 의식하려 해도 우리말이 나왔다.

 

완전히 한국인을 안 만나는 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한국 사람들과 너무 자주 어울리면 독이 되겠지만 가끔씩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정서적으로 큰 안정이 된다. 마음 맞는 사람과 가끔 만나 술 한두 잔 기울이다 보면 외롭고 낯선 외국 생활에 큰 활력이 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그곳에서 가장 친해진 친구 승후는 가끔씩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야야, 저 짝 마트에서 소시지 음청 할인 해 불던디 함 가봐라잉' 하며 가난한 연수생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정보를 주기도 했다. 


내가 어학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한국인 비율'이다. 고르고 골라서 한국인 비율이 가장 적은 어학원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그곳에는 나와 같은 또래의 한국인이 정말 많았다. 혼자 아무리 '한국인과는 절대 어울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해도 주변 환경이 그렇게 두지 않는다. 하루는 어학원에서 친해진 외국 친구들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기 위해 약속 장소에 모였다. 이때 일본인 친구가 우리 어학원에 다니는 한국인 친구 한 명을 데리고 왔다. 이 친구가 오기 전에는 내가 유일한 한국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둘이 됐다. 이렇듯 내가 아무리 외국 사람 하고만 어울리고 싶어도 어학원 내에 한국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인맥이 겹칠 수밖에 없다. 내가 본 많은 한국인의 경우 어학연수 초기에는 한국 사람과 단 둘이 있을 때도 의기투합하여 열심히 영어를 쓴다. 그러다 영어가 막히는 때가 생기면 한두 번씩 우리말을 하게 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렇게 점차 점차 우리말을 쓰게 되고 나중 되면 아무 거리낌 없이 우리말로 대화하게 된다. 영어를 할 수도 있던 시간을 우리말을 하면서 보내는 꼴이 된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그날 나이아가라 폭포 구경도 하고, 밥도 먹고, 다 같이 이야기도 하면서 이날 처음 만난 한국인 친구와 가까워졌다. 이후로도 자주 어울리면서 금세 친해졌다. 사실 내가 그 친구를 좋아해서 많이 쫓아다녔다. 거절도 여러 번 당했지만 내 끈질긴 구애에 우린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23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생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 보자. 어학연수 기간 동안 한국 사람을 완전히 피할 순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나만의 방법으로 한국 사람을 피하고 원어민을 만나서 영어를 배우고자 노력했다. 그중 Language exchange는 영어를 배우기 상당히 좋은 방법이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어도 마찬가라 생각한다. Language exchange는 말 그대로 언어를 주고받는 것이다. 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고 상대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런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만나 연락처를 주고받고 약속 장소를 정한다. 그렇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을 통해 Hamilton이라는 캐나다 사람을 만났고 영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 


주거 환경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많은 연수생이 거주 방법으로 홈스테이나 쉐어하우스를 선택한다. 이 두 방법은 누구와 사느냐에 따라 영어 학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해가 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밴쿠버에 머물면서 쉐어하우스를 선택했던 게 영어 공부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캐나다, 스페인, 태국, 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룸메이트를 만났다. 한국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영어를 생활처럼 사용했다. 영어를 사용할 '거리'를 많이 만드는 게 어학연수생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막상 영어를 하고 싶어도 같이 이야기할 대상이 없다면 영어가 늘지 않는다. 


쉐어하우스를 선택할 때 한국인이 없는 곳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주로 craigslist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같이 살 사람을 구하는 글을 살펴봤다. 그 글에서 현재 살고 있는 구성원의 직업, 나이, 성별, 국적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월세가 저렴한 곳에는 한국사람이 최소 한 명은 살고 있었다. 나는 무리하더라도 월세가 비싼 곳에 방을 얻었고 매 달 700 캐나다 달러가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한 경험을 했다. 홈스테이를 한다면 캐나다인 가정에 머무는 것을 추천한다. 언어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생활 문화까지 배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필리핀, 멕시코 등 이주 가정집에 머무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어학연수 처음 한 달간 필리핀 가정집에서 지냈다. 아주머니가 영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내 공부에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 원래 3달 동안 머물기로 했다가 한 달만에 뛰쳐나와 캐나다 사람이 하는 홈스테이 집에 머물렀다.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 나는 한국인과는 말도 섞지 않겠다고 수 없이 다짐했다. 다짐이 무색하게도 토론토에 도착한 첫날 '북창동 순두부'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또 수없이 좋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 마음에 큰 위안을 받았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도 만났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현실적으로 한국 사람을 완전히 피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한국 사람과 어울리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외국에 살고 있는 목적이 결코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목적은 뚜렷해야 하고 선명해야 한다. 




아내를 처음 만난 날 나이아가라에 핀 무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