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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편의점 술 R4 배상면주가 쌀맥주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의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술 맛에 반한 (느린마을 막걸리 포스팅 보러 가기) 난 오늘 편의점 냉장고 한켠에 진열되어 있는 배상면주가의 신개념 맥주 R4를 집어 들었다. 사실 마셔보기 전까진 맥주가 아니라 청주인줄 알았다. 그 이유는 바로 상품 라벨에 인쇄된 상품 정보 때문이었다.

에탄올 함량 5.8% 원재료명 및 함량 쌀(국내산100%), 국[입국(쌀),조효소제,정제효소제], 주정, 당류가공품,이산화탄소(탄산), 액상과당, 호프, 효모 정제수 ... 식품유형 청주

원재료명 및 함량에 기재되어있는 호프는 보지 못하고 식품유형의 청주만 보았다. 그렇다면 맛은 엄연한 맥주인 이 술은 왜 청주일까? 주세법 상 쌀만가지고 빚은 술을 청주라고 한다. 물론 주정이나 누룩이 첨가되도 청주라 한다. 그래서 아마도 이 술은 주재료가 쌀이고 또한 술을 만드는 국(미생물) 또한 쌀이 원료기 때문에 청주로 분류 되지 않나 싶다.


상품 전면의 라벨에는 꽤나 당돌한 문구들이 써있다. This is whole new fusion beyond all the world liquors in history. 이건 전세계의 술 역사를 뛰어 넘는 전무후무한 퓨전이다. 

국내의 술 역사도 아닌 전세계의 술 역사를 뛰어넘는 술이라니 포부가 대단하다. 과연 술 맛도 그러한지 부푼 기대를 안고 잔에 따라 보았다.



색은 영락없는 맥주 색깔이다. 또한 잔에 따를 때 탄산이 올라오면서 '안녕하세요 맥주에요'라고 인사하는 듯 했다. 한 잔 입에 털어 넣으니 정말 전세계의 술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절로 겸손해진다. 세계의 그 수 많은 명주(名酒)들에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주재료가 쌀이기 때문에 식품유형이 청주라고 분류되었을 텐데 쌀로 만든 술 특유의 깊은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내 입 맛이 한참이나 부족한지 모르겠으나 국내 보리 맥주(라고 읽고 물 탄 맥주라 쓴다)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맛이엇다.

정말 너무나 안타까웠다.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에 감복한 나는 R4에 큰 기대를 걸었다. 비록 맥주가 아닌 청주로 오인하고 한 기대였으나 잔에 술을 채우고 맥주임을 알았을 때도 '쌀로 만든 맥주라니 실로 퓨전이다'라고 내 가슴은 기대감으로 가득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지나친 혹평은 피하고 싶다. 그래도 나는 배상면주가를 응원하고 싶다. 잊혀져가는, 다양성을 잃어가는 우리 전통주 시장에서 이런 신선한 도전은 박수쳐주고 싶다. 아니 감사할 따름이다. 2500원대의 미만의 저렴한 가격의 제품에 깊은 맛을 기대한 내 잘못도 일정 부분 있다.

그렇다고 못 마실 정도의 술은 결코 아니다. 나에게 누군가 맥주는 국산 맥주와 R4 둘 중 하나만 평생 마셔야 한다는 미션을 던진다면. 난 망설임 없이 R4를 선택한다. 가격도 비슷하고 용량도 차이가 없다 (330ml). 쌀이 가져다 주는 담백함이 있고 비리지 않다. 국산 맥주는 내 입맛에는 비리다. 먹기 싫을 만큼 비리다. 하지만 R4는 비린 맛이 전혀 없다.

어쩌다 보니 마지막은 국산 맥주를 비판한 글이 되었다. R4에 대한 내 혹평이 내심 미안해서 이렇게라도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 약간은 이런 느낌이랄까 ' 옆 집 철수는 대기업 취업해서 예쁜 색시도 얻었다더라 넌 같은 나이 먹고 뭐했냐? 변변한 직장도 없이 방구석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에휴, 그래도 넌 건강하고 매사에 밝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