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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의 추억

친할머니 댁은 신촌이다. 신촌 한 복판의 50년 넘은 개량한옥 집이다. 할머니댁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에서도 잠시 다룬 적이 있다. 이제 얼마 뒤면 이 오래된 집을 허물고 이사를 간다. 내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기도 해서 섭섭한 마음이 크다. 얼마전 설에 방문해서 집 풍경을 몇 장 찍어봤다.


뒤에 들어선 현대식 건물들과는 대조되는 오래된 집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끼이익'하는 소리가 먼저 반겨준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와 형제 자매를 품고 나의 유년 시절까지 함께 한 집이다. 이제 그 역할을 다 하고 한 줌 먼지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아주 어린 시절 동네 골목을 누빌 때 내 기억속에 박혔던 집들은 이미 허물어지고 5층 빌라 건물들이 들어섰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방이다. 몇 년 전만해도 아버지는 약주 한 잔 하시고는 이곳에서 잠시 눈을 붙이셨다.



마당에 둘러 앉아 가족 사진이라도 찍을 생각이었다. 삼각대 까지 챙겨갔었다. 그런데 막상 마당에 와보니 온갖 살림 살이에 식구들 둘러 앉을 공간도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아쉽지만 가족사진은 찍지 못했다. 대신 집 구석구석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천장이 약해 눈이나 비가 많이 오면 혼자 지내시는 할머니가 걱정되곤 했다. 이제 새 집으로 이사 가시면 한 결 편한 곳에서 지내실 수 있어서 내심 내 마음이 편하다.